'7700품목 실재고 서류 에블루션 바카라' 꺼낸 약사회, 황당한 유통업계
'2/30룰' 대신 …유통 "서류상 에블루션 바카라까지 시간 없다" 불명확한 기준 아래 이해당사자들 해석, 더 큰 오해 불러
대략 7700개의약품 약가 인하를 앞두고 일선 약국의 실재고 에블루션 바카라을 꺼낸 약사회를 두고 유통업계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존 에블루션 바카라 절차와 다르게실재고 서류 에블루션 바카라이라는 형태로 행정적 부담을 높이는 데다가 에블루션 바카라에 호의적이지 않은 제약사들과에블루션 바카라 과정에서실랑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8일 대한약사회는 9월 5일 시행약가 인하와 관련, 약사회의 입장을 전했다. 내용의 핵심은 그동안 관행처럼 진행됐던 이른바 '2/30 룰'(에블루션 바카라시 2개월 평균 구매가의 30%)가 아닌 서류를 통한 에블루션 바카라을 함께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브리핑에 나선박상룡 홍보이사에 따르면 7677품목이약가 인하되는 상황에서 일부 유통업체들이최근 2개월 거래량의 30%만 차액정산한다고통보해 일선 약국이혼란을 겪고 있다.에블루션 바카라 및 재입고에 1주일 이상 기간이 소모되는 만큼 재고 사용 문제 등으로 보건복지부는 서류에블루션 바카라을 허용하고 있어이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약사회는 Pharm IT3000, PMPLUS20을 사용해 자동업데이트를 진행한 뒤 '약가인하 조회 프로그램'을 통해 약국의 약가인하 대상품목을 확인한 뒤 약가 고시 전까지에블루션 바카라 재고를 확인하도록 했다. 약학정보원과 유팜 이외 프로그램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가 마스터 파일 사용 역시 9월부터 가능해질 예정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실재고 에블루션 바카라'이었다. 일반적으로 약국과 유통업계에서는 3개월 이내 의약품을 구매했을 경우 이른바 '2개월 30%룰'을 적용한다. 직전 2개월 구매액 평균의 30%를 보상하는 식이다. 부산 및 울산 등 일부 지역은 '3개월 20%'를 적용하기도 한다. 이전에 구매했던 제품은 실물 에블루션 바카라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에 따라 이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약국이 에블루션 바카라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는 차액을 온전히'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꺼낸 것 중 대표적인 게 서류상 에블루션 바카라이었다. 의약품 공급업체와 요양기관 간의 합의에 따라 에블루션 바카라을 진행할 경우 의약품을 실제로 이동시키지 않고 거래명세서상으로만 에블루션 바카라·입고·출고가 이루어 지는 방식이다. 물론 약국 실물 에블루션 바카라, 서류상 에블루션 바카라 또는 유통업체에서 제시한 에블루션 바카라 정산 기준 중 약국 환경에 맞는 형태로 에블루션 바카라을 진행하면 된다는 조항은 있지만 사실상은 서류상 에블루션 바카라을 장려한 셈이다.
이를 위해 9월 5일자로약가 인하 품목의 경우 오는 11월 4일까지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시 실물 에블루션 바카라이 아닌 서류를 통한 에블루션 바카라을 인정하기로 했다. 재고의 경우 서류상 에블루션 바카라은 적용 기간 내에서 가능하되, 약국 재고 기준 시점 을 2023년 9월 4일로 적용해달라는 것이 약사회의 말이다.
박상룡 이사는 "일부 유통업체에서 기존의 유통업체들이 적용하던 '2개월 30%'(규칙)을 이야기하면서 비용 손실이 큰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민원전화가 있어 서류에블루션 바카라을 원안대로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저희 약사회에 제보해달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이를 위해 유통업체 및 제약사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유통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개월 30%' 규칙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실재고 에블루션 바카라 조치가 다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먼저 2개월 30% 규칙의 경우 현재 에블루션 바카라에 소극적이면서 에블루션 바카라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제약사들 사이에서 자신들도, 약국도 손해보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가령 국내 P사의 경우 약가 고시일은 9월 5일이지만 에블루션 바카라 정산을 위한 마감일을 9월 6일로 설정했다. 약국 입장에서는 하루 사이에 해당 회사의 실재고를 서류로 정산하지 않거나 실물 에블루션 바카라하지 않는다면 정산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후 에블루션 바카라 관련 서류나 실물이 올 경우에는 유통이 약국과 제약사의 사이에 끼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여기에 11월 4일까지 서류 정산을 진행한다해도11월 말이나 12월 가장 매출을 높게 올려야 하는 제약사가 연내 제 때 에블루션 바카라을 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결국 일반적인 '룰'로라도 양 측의 피해를 막자는 것인데 이를 제보까지 해달라며 못된 업체로 만드는 행태는 쉬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 이해관계자가 에블루션 바카라 관련 회의 결과를 각자 해석한 것 역시 문제가 됐다. 제대로 관련 건이 논의가 되지 않던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일반적인 형태의 에블루션 바카라을 생각했지만, 약사회는 과거 아세트아미노펜 당시 있었던 서류 에블루션 바카라 형식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약사회 측에 공문으로 '서류 에블루션 바카라'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이를 근거로 약사회가 25일 제약사 등을 비롯한 유관 단체에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다.
즉 명확하지 않은 기준 아래 약국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약사회의 움직임과, 과도한 양의 에블루션 바카라 과정을 좀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유통업체의 움직임이 서로 부딪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