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메디 지침에 약국·유통 '사불가능' 요청에 결국 일정 수정
모호한 제조-생산 관계·2차 도매 등 유사 사례 가능성 지적
"슬롯 꽁 머니 인하 일자가 9월 5일인데, 보상을 5일에 한다는 건 4일까지 들어오는 재고를 다 정리해서 4일 자정 전까지 넘겨야 된다는 건데…(중략) 제약이 반품에 소극적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사실상 반품해주기 싫다는 겁니다."
오는 9월 5일 7700개 품목이 넘는 슬롯 꽁 머니 인하를 두고 제약업계, 유통업계, 약국가가 모두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9월 5일 슬롯 꽁 머니 인하를 보상하겠다'며 사실상 반품 및 정산을 어렵게 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업계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업계 안에서는 이를 두고 결국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ㆍ판매사가 다른 업체가 많은 국내 특성상 어느 정도는 예상됐지만 이 정도가 나올지는 몰랐다는 반응도 나온다.
31일 약업계에 따르면 로하스메디는 9월 1일부 슬롯 꽁 머니 인하와 관련 이를 보상해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유통업체 등에 전달했다. 해당 공문을 보면 자사가 판매한 제품의 경우 보상요청서, 도매재고표, 수불내역 등을 메일로 제출하면 슬롯 꽁 머니 인하 차액 원장을 적용해 보상을 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용만 보면 일반적인 슬롯 꽁 머니 인하 보상 공문이지만, 여기에는 다소 이상한 대목이 있다. 인하된 슬롯 꽁 머니의 보상을 진행하는 날짜가 9월 5일이라는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 1일부로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수행과 등록된 원료의약품 등 2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약제들의 슬롯 꽁 머니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사용량-슬롯 꽁 머니연동 협상이 마무리된 136개 품목을 포함해 총 7700개 품목 이상의 슬롯 꽁 머니도 함께 떨어진다. 다만 보건당국은 약국과 유통업체 등의 상황을 고려해 해당 고시를 4일 동안 미뤄 9월 5일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회사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업계에 전달된 이후 수정을 통해 정산일을 기존 5일에서 8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공문 내용에 대해사실상 반품을 막는 조치라고 비판한다. 비록 8월 중 슬롯 꽁 머니 인하 품목이 고시됐지만 약국은 자사가 사용하는 약국청구 프로그램 내 '마스터시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판매가 어렵다. 이번 슬롯 꽁 머니 인하의 방향이 중소 제약사의 저빈도 약물 비중이 높은 탓에 약국 안의 재고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사실상 슬롯 꽁 머니을 받아 처리하기 어렵다. 이미 회사 내 직원들을 야근시킬 정도로 슬롯 꽁 머니이 벌써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평일 기준 9월 1일 금요일과 4일 월요일 내 제품을 받아 일일히 해당 회사의 제품만 나눈 다음, 코드를 입력하고 자사에서 판매한 품목인지를 맞춘 뒤 이를 정리해 5일 자정이 되기 전까지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미 있는 제품의 입출고도 처리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와 유통업계는 이번 사례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했다는 분위기다. 이는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상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 지 모르는' 제조와 생산이 유기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가령 로하스메디가 판매하고 있는 위산과다 치료제인 '페리에정'이라는 특정 약물을 예로 들면, 허가권자와 제조는 인트로바이오파마가 하지만 판매 과정에서 로하스메디가 업무를 담당한다. 이 경우 인트로바이오파마는 제조를 진행했을 뿐이기에 슬롯 꽁 머니와는 책임이 없다. 서로가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지 않는 의약품은 결국 슬롯 꽁 머니 인하 등으로 인한 반품 과정에서 붕뜨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특정 사례가 공문으로 밝혀진 것뿐, 이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보유한 회사들은 자연스럽게 슬롯 꽁 머니 반품 과정에서 비협조인 상황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었다. 여기에 제약회사가 제품을 총판 식으로 넘기는 1차 도매의 물량을 2차 도매로 구매하는 유통 체계의 비일원화 역시 이같은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반품과 관련된 시장의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