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 점검 확대 선언 후에도 승인 결정 줄줄이 늦춰져
AI 전면 배포로 토토 씨벳 효율 개선 시도

토토 씨벳

미국 식품의약국(토토 씨벳)이 다시 무게중심을 조정하고 있다. 외국 제조시설에 대한 사전 예고 없는 불시 점검 확대를 공식화한 데 이어, 주요 신약 승인 일정이 연이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토토 씨벳는 과학 심사자의 반복 업무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에도 착수했다. 규제 강도와 심사 효율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맞이한 셈이다.

토토 씨벳는 지난 6일(현지시각)의약품과 식품을 생산하는 외국 제조시설에 대해 사전 통보 없는 불시 점검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인도와 중국에서 운영 중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해외 제조업체에도 미국 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 감독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토토 씨벳는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불시 점검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내 검사와 해외 검사 간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토토 씨벳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예고 없이 자주 검사를 받는 반면, 외국 제조시설은 수주일간 준비할 시간을 제공받아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제조소에서 더 많은 결함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제 강화 조치는 5월 5일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도 맞물린다. 행정명령에는 외국 실사 수수료 인상, 환경보호청(EPA)의 의약품 원료 제조시설 건설 가속화, 위험 기반 검사 제도 개선, 외국 제조시설의 검사 이력 공개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외부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과는 달리, 토토 씨벳 내부에서는 최근 들어 신약 승인 지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GSK는 자사의 호산구성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누칼라(Nucala)'의 적응증 확대 신청에 대해, 지난 7일로 예정됐던 토토 씨벳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GSK는 이메일을 통해 “토토 씨벳와의 최근 논의에 따르면 여전히 승인을 기대하고 있으며, 중요한 치료 옵션을 최대한 빨리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1일에는 노바백스의 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의 완전 승인 토토 씨벳가 지연됐으며, 지난달 30일에는 스텔스 바이오테라퓨틱스의 초희귀 유전질환 치료제 '엘라미프레타이드(elamipretide)'에 대한 승인 결정도 예정일을 넘겼다. 두 사례 모두 새로운 결정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토토 씨벳는 진행 중인 신청 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 대변인은 주요 외신에 "의약품 승인 지연은 토토 씨벳의 철저한 검토 절차에 따른 결과이며, 최근의 조직 개편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단행된 보건복지부 산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일정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 체제 하에서 HHS는 수천 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이 중 약 3500명은 토토 씨벳 정규직 직원이었다. 투자사 BMO 캐피털마켓은 한 전직 CBER 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토토 씨벳는 향후 1~2년간 승인 심사 일정을 제때 수행하는 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인사는 익명으로 처리됐지만, 3월 사임한 피터 막스(Peter Marks) 박사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토토 씨벳는 과학 심사자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 계획을 8일 공식 발표했다. 모든 센터에 AI 도구를 즉시 배포하고, 오는 6월 30일까지 전면 통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토토 씨벳는 "AI 도입을 통해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효율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건의 승인 지연 사례가 이어진 가운데, AI 도입은 심사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토토 씨벳는 공식적으로 AI 도입과 심사 일정 지연 간의 직접적 연관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심사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는 분명히 하고 있다.

향후 개선 방향으로는 △사용성 향상, △문서 통합 확대, △센터별 출력 최적화, △정보 보안 및 정책 준수 강화가 포함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토토 씨벳는 최근 오픈AI와 AI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가 지지하는 '정부 효율화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인사들과도 수차례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토토 씨벳는 현재 의약품 사용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표준 심사의 경우 10개월, 우선 심사의 경우 6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기업으로부터 받는다. 이 수수료는 토토 씨벳 예산의 중요한 재정 기반이기도 하다. 승인 지연이 반복될 경우, 수수료 기반의 신속심사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견사도 넘지 못한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