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최근 중증질환 치료에서 고비용 에볼루션 바카라에 대한 접근성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중요한 정책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재정 지속성과 환자 접근성 간 균형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약제에 대한 조기 접근 보장과 실효성 있는 사후평가 구조를 병행하는 정책 모형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말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The 14th APAC(Asia Partnership Conference of Pharmaceutical Associations)의 aUHC(Asian Universal Health Coverage) 세션에서는 각국의 보편적 건강보장 관련 제도와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다. 본 세션의 주제 발표 및 토론에 참여하며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고가 약제 급여 이슈와 관련하여 대만의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National Health Insurance Administration) 국장(Director General)인 Dr. Chung-Liang Shih이 직접 참석하여 자국의 에볼루션 바카라 별도기금(Taiwan Cancer Drugs Fund, TCDF) 전반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던 사항이다. 이를 통하여 대만 정부가 확대 추진 중인 TCDF의 제도 골격과 정책적 방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은 단일 공적 보험인 NHI(National Health Insurance) 체계를 바탕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장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암 치료 관련 재정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존 NHI 재정만으로는 고가 신약의 조기 등재와 지속 가능한 재정 관리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제기되어 왔다. 2024년 기준, 대만의 암 관련 전체 진료비는 약 1464억 NHI 포인트(한화 약 6조 원)에 달하며, 이 중 에볼루션 바카라 지출만 425억 포인트(약 1.1조 원)로 전체 암 진료비의 약 29%를 차지한다. 특히 면역에볼루션 바카라를 포함한 표적치료제(Targeted Therapy)의 비중은 전체 에볼루션 바카라 지출의 68.2%(약 290억 포인트)에 이르고 있어, 치료비 고가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에볼루션 바카라 총 지출은 2017년 247억 포인트에서 2024년 425억 포인트로 증가해, 연평균 8.23%의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이는 같은 기간 NHI 전체 예산 증가율(4.23%)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이다.
※ NHI 포인트는 대만 건강보험의 진료비 산정 단위로, 1포인트당 약 0.9 NTD이며, 1 NTD는 약 46원(KRW) 수준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대만 정부는 2023년부터 TCDF의 단계적 도입을 시작하였다. 우선 2023년에는 '조건부 등재 메커니즘(Conditional Listing Mechanism)'을 적용해, 임상적 필요성이 높으나 안전성·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신약에 대해 최대 2년간 한시적 급여를 허용하고 실사용 근거(real-world data, RWD) 또는 임상시험 자료를 수집하는 구조를 적용하였다. 이어 2024년에는 기존 건강보험 총액(Global Budget) 내에서 NT.43 billion(약 1124억 원) 규모의 전용 예산을 설정하여 TCDF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2025년부터는 TCDF를 정부 일반회계 기반의 독립 예산 구조로 전환할 예정이며, 매년 NT billion(약 2314억 원)을 별도 편성하고, 장기적으로는 NT billion(약 4628억 원) 규모의 에볼루션 바카라 기금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TCDF는 등재 여부가 유보된 신약 또는 신규 적응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한시적 급여를 제공하고, RWD를 수집한 뒤 후속 평가를 통해 정규 급여 전환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임시 급여는 최대 5년까지 가능하며, 통상 2~3년간의 데이터 축적 후 PBRS(Pharmaceutical Benefits and Reimbursement Scheme) 공동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패널의 검토를 통해 결정된다. 연간 예산을 초과할 경우에는 제약사가 초과분을 환급해야 하며, 정보공개 원칙은 ‘공공정보법(Freedom of Government Information Law)’에 따라 엄격히 적용된다. 특히 이 제도는 기존 NHI 급여 등재 절차와도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제약사는 신약 또는 신규 적응증 제출 시 기존 절차와 병행하여 TCDF 경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동의 시에는 임시 급여와 함께 보건의료기술 재평가(HTR, Health Technology Reassessment)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TCDF 참여를 거부할 경우 기존 등재 절차를 따르되, 급여 유보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이는 TCDF가 단순한 예외적 재정지원 수단만이 아닌, 실사용 데이터 기반의 중간단계 평가 체계로도 기능함을 보여준다.
에볼루션 바카라 및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별도기금 운영 사례는 영국의 Cancer Drugs Fund(CDF), 호주의 Life Saving Drugs Program(LSDP), 이탈리아의 AIFA Fund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소개되어 왔다. 다만 이들 국가는 보건서비스 제공 방식과 재정 운용 구조가 NHS 체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일 공적 보험 국가와의 제도적 여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대만이 단일 건강보험 체계(NHI) 내에서 TCDF라는 독립 재정과 사후평가 기반의 구조를 병행 운영하는 사례는 정책 설계와 재정관리 측면 모두에서 의미 있는 비교 사례라 할 수 있다. 치료 접근성, 재정 효율성, 기술평가 기반의 단계적 등재 및 사후평가를 통합하는 이러한 구조는,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건강보장 재원의 다각화 및 그에 따른 현실적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